[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정부는 전기·가스까지 다 올려놓고 물가 부담은 다 기업에 떠넘기는 거죠. 민간기업만 손해 보라는 말이잖아요. 정말 내로남불 끝판왕 아닌가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식·음료 가격에 제동을 걸면서 기업들이 잇따라 제품가 동결을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의 제품가 인상 결정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친 전기와 가스비 등을 인상한 채, 기업에만 제품가 인상 자제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3일 식·음료 업계에 따르면, 최근 CJ제일제당과 풀무원,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등이 당분간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정부의 압박 때문인데, 기업들은 가격 동결은 물론 관련 손실 분을 모두 떠안게 돼 실적에도 비상이 걸렸다.
주세와 주정 가격 등이 인상되면서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가 주류업계 실태조사에 나서며 선제적으로 기업 압박에 나섰다. 결국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가격 인상을 공식화 한 적이 없음에도 정부 등쌀에 '가격동결'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같은 달 풀무원도 생수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풀무원은 당초 이달 1일부터 '풀무원샘물'과 '풀무원샘물 워터루틴' 제품 출고가를 평균 5%씩 인상할 예정이었다.
또 CJ제일제당도 이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고추장과 조미료 제품 출고가를 최대 11.6%, 면류 가격을 9.5%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유보했다.
지난 달 28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물가안정 간담회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올해 상반기에는 식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기업들을 공개 압박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롯데제과 ▲동원 F&B ▲SPC ▲오리온 ▲삼양식품 ▲해태제과 ▲풀무원 ▲동서식품 ▲매일유업 등 12개 주요 식품업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대기업들이 정부 압박에 '백기투항'을 선언한 것과 달리 중소·중견 기업들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며 가격 인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맘스터치는 오는 7일부터 전체 품목 78종 중 43종의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편의점 CU는 도시락과 햄버거 등 간편식품 가격을 오는 7일부터 최대 6.6% 올린다고 밝혔다.
빙그레도 벨치즈 일부 제품 가격을 이달부터 14.5% 인상하는가 하면, 샤넬도 지난 2일부터 클래식 플랩백 등 제품가를 최대 6% 인상했다.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은 물론 가스와 전기 등이 모두 오른 상태에서 정부가 기업의 제품가를 올리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가격을 올리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도 기업이 지라고 하는데, 사기업이 공공기관도 아닐 뿐더러, 이는 물가 인상의 근본 해결책도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