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폐업 의료기관이 보유했던 마약류의약품 174만여 개의 사후관리를 방치해 이중 상당량이 불법 유통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감사원은 9일 공개한 정기감사 보고서를 통해 식약처가 2019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의료기관 920개소가 폐업하는 동안 마약류의약품에 대한 재고 처리 등 사후 보고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중엔 ‘좀비마약’이라 불리는 펜타닐·레피펜타닐 4256개,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 5108개, ‘우유주사’란 별칭을 가진 프로포폴 7078개, ‘스페셜K’로 불리는 케타민 1097개 등이 대거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실제로 13개 폐업 의료기관을 선정해 샘플조사를 실시한 결과, 5개소는 ‘분실’ 또는 ‘임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어 불법유통됐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의원은 재고로 보유하던 프로포폴 등 1936개를 관할 공무원 참관 없이 임의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북 포항시 소재 모 의원은 재고로 있던 항정신성의약품 5만2000개를 자택으로 가져와 보관하던 중 2만7246개를 분실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또 중금속 오염, 농약 검출 등 위해식품 108건(1059t)을 판매차단 대상에서 누락시키고, 14건(7t)은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아 이를 소비자가 그대로 섭취하게 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어 ‘헤나’ 등 화장품에 쓰이는 6개 원료가 인체에 위해할 수 있다는 용역 결과를 받고도 사후조치를 실시하지 않아 해당 물질이 함유된 화장품 2904만개가 시중에 그대로 유통됐다.
감사원은 식약처장에게 마약류의약품 재고 샘플조사 결과 위법이 확인된 폐업 의료기관은 관할 지자체장에게 고발하도록 통보했다. 또 위해식품 회수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경고하는 한편 화장품 용역 결과에 대한 사후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합동 점검을 오는 17일까지 경찰청, 지자체와 함께 실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점검 대상 의료기관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선정한 22곳이다. 의사 부재 중에 마약류를 처방했거나 대리 처방 등 부적절한 의료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