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의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5명의 사망 원인은 50대 가장이 아내와 아들 3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음독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비극적인 소식에 마을 주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평소 주민들에게 성실한 모습으로 말려진 가장 A씨(59)의 일가족 참변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이웃의 고장난 농기계·보일러 등을 고쳐주거나 여러 마을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최근 영암읍 새마을 지도자로 뽑혀 현재까지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경찰청은 대학병원에서 영암군 일가족인 A씨와 아내 B씨(56), 아들 C(29)·D(26)·E(23)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이러한 부검의 1차 구두 소견을 통보받았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이 소견에 따라 A씨가 집에서 흉기로 가족들을 살해한 뒤 농약을 마셨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체내 약독물 검사를 감정 의뢰했다.
사건 현장 감식 결과 집 안에서는 혈흔이 묻은 흉기 1점과 농약(살충제) 1병이 발견됐다. 주방에서 발견된 농약병은 최근 구입한 것이 아닌 기존에 집에 보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A씨의 손목 등에 흉기에 찔려 혈흔이 밝현된 점으로 미뤄 A씨가 아내와 아들들을 살해한 뒤 음독 전이나 후에 흉기로 자해를 시도했을 정황도 발견됐다.
경찰은 발견 당시 집안 출입문이 잠겨있는 점,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는 점, 발견된 흉기에서 제3자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외부인의 살해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지만, 또 다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A씨 부부는 지난 15일 오후 3시54분쯤 주택 창문의 핏자국을 발견한 이웃 주민의 112신고에 의해 거실에서, 아들 3명은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들 3명은 중증 지적 장애가 있었고, 아내 B씨는 장애를 가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족은 영암군의 사회복지 지원대상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최근까지 생활해오면서 금전적으로 어려움은 겪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A씨는 지난 4일 인근 마을에 사는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이틀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이웃 진술을 토대로 가족의 통신·계좌 사용 내역도 들여다보고 있다. 주변 CCTV 및 관계인 탐문 등을 통한 사실관계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혈흔 형태와 유전자를 정밀 분석해 사건 당시 상황도 재구성한다.
경찰은 약독물 검사 등 부검 결과와 현장 수집 증거를 분석하고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사건 실체를 명확히 규명할 방침이다.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