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아침신문 1면에는 각 언론사의 세월호 참사 9주기와 관련한 기획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한겨레는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 참사 책임 규명 재판 현황을 분석했고, 한국일보는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두 생존자를 함께 만났다. 국민일보는 세월호 생존자 인터뷰를 1면에 실었고, 경향신문은 선상추모식 현장 르포 기사를 1면에 실었다. 조선·중앙일보는 17일 아침신문 지면에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전면으로 다룬 기사를 싣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추모식에 참석했다는 기사와 관련 사진으로만 현장을 전했고, 중앙일보는 세월호 참사 관련 사설 하나를 실었다.
한겨레는 1면 기사 <304명 못지킨 국가, 유죄는 ‘말단’ 1명뿐>에서 “2014년 4월16일 304명을 구조하지 못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9년이 흘렀지만 참사의 책임을 묻는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세월호 참사 관련 형사재판의 현재 진행 상황을 분석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형사재판은 ①선장·청해진해운 등 민간의 침몰 원인 ②123정장·해경 지휘부의 구조실패 ③국군기무사령부의 유가족 사찰 등 2차 가해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선장·청해진해운 재판은 2016년 유죄로 끝났지만, 국가의 책임을 묻는 구조실패와 2차 가해 재판은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9년 동안 세월호 구조실패의 책임을 물어 ‘유죄’가 선고된 해경은 김경일 당시 123정장이 유일하다. 구조실패의 책임을 물어 기소된 해경은 모두 12명이었지만,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현장지휘관 김경일 정장(2014년 기소)만 징역 3년이 확정됐다. 한겨레는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해경 지휘부 11명 재판의 쟁점을 분석한 후 “세월이 흐르면서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국민의 관심이 옅어진 영향”이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구조실패 책임 회피에서 나아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에도 앞장선 국가의 행태도 지적했다.
9면 기사 <생존자·유족의 트라우마…‘특별법 의료지원’ 내년 4월15일이면 끝나>에서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의료지원금의 법적 기한이 내년 4월15일까지인 점을 지적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마저도 2017년 11월 정부가 ‘세월호 참사로부터 10년간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시행령을 개정해 시한을 연장한 것이다. 한겨레는 트라우마 치료와 지원을 하면서 기한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원 대상이 되는 ‘피해자’ 범위가 너무 좁다는 문제도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며 “현행법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에 나섰다가 부상을 입은 잠수사를 세월호 참사 피해자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의 두 생존자를 함께 만났다. 1면 기사 <“우리 잘못은 아니잖아요”…세월호·이태원 생존자가 만났다>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세월호·이태원 생존자 두 20대 청년의 인터뷰를 담았다. 기사는 “홀로 살아 돌아왔다는 자책감은 시간이 흘러도 20대 청춘의 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세월호 9주기를 맞아 힘겹게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났다”며 “긴 대화 끝에 도달한 결론은 사실 당연했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아직 세월호를 좀 더 입에 올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아동청소년의 트라우마 치료를 돕는 비영리단체 ‘운디드힐러’를 만든 세월호 생존자들을 인터뷰했다. 1면 기사 <세상이 더는 아프지 않도록…>에서 세월호 생존자 이인서 박선영 유가영씨는 ‘내 상처를 도구로 다른 사람의 상처까지도 돌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서로 통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겪은 불안정했던 경험을 녹여낸 인형극과 그림책을 제작해 공연하고, 최근에는 익명으로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게 위로의 글을 쓰고 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지만, 현재는 다른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이들도 함께 활동하고 있으며,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도 늘려갈 게획이다.
경향신문은 지난 16일 진행된 세월호 9주기 선상추모식 현장 르포 기사를 1면에 실었다. 추모식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 23명의 이야기를 기사의 주 내용으로 담았다. 기사 <아홉번째 사월…여전히 시리구나>에서 고 한정무군의 아버지 한상철씨(54)는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 바다를 보며 “겉으로는 잔잔해 보여도 유속이 빨라 굉장히 무섭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올 때마다 미안한 마음만 든다”고 말했다. 고 김빛나라양의 어머니이자 4·16단원고협의회 위원장인 김정화씨(55)는 “이곳에 오면 모든 진이 빠질 때까지 펑펑 운다”며 “매년 ‘올해는 가지말자’고 마음먹지만 딸이 마지막으로 있던 곳이라고 생각하면 안 올 수 없다. 모든 부모가 똑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 사회의 안전을 되물은 사설도 보였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세월호 참사는 진상 규명도, 국가 사과도, 책임자 처벌도 없다면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음을 일깨워 준다. 지난해 10월 시민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도 그 아픔과 분노를 반복하고 있다”며 “안전을 소홀히 한 불감증이 일선 경찰·지자체부터 속출하고 국가의 안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남 탓만 하며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다. 시민 안전보다 개인과 정권의 안위를 앞세우는 오만과 안전불감증 탓”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의 비극을 겪으며 다시는 어이없는 사고로 미래 세대를 잃지 않겠다는 수많은 이들의 다짐을 무색하게 만든 참사였다며 “선진국이라 하기엔 민망한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무능한 사전·사후 대처, 참사 원인 규명에 소극적인 행태, 책임 회피 등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았다”, “‘국가 공무원 조직에 남은 것은 ‘책임회피 기술’밖에 없다’는 한 유족의 절규는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고 했다. 아울러 희생자에 대한 추모 방해 행태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시민들의 기억과 연대가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최근 발생한 김포골드라인 사고를 언급하며 여전히 안이한 대책을 비판했다. 사설은 “2019년 9월 개통 때부터 과밀 우려가 나왔던 김포골드라인은 몇 차례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허둥지둥 수습책을 쏟아낸다”며 “버스 증차를 하고 승객을 통제하는 ‘커팅맨’을 배치하는 등 연일 대책이 쏟아진다. 3년 넘게 위험을 방치하다가 문제가 터지자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 대비책이다. 얼마나 깊은 고민이 담겼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 대비만큼은 여야 구분 없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것만이 사고 징후를 외면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하다가 9년 전 진도 앞바다에서 구해 내지 못한 304명에게 속죄하는 길”이라고 했다.
조선·중앙일보 1면에 ‘한미일 정보공유’, 동아 “대통령실-與-野 ‘동반 추락’”
조선·중앙일보는 17일 아침신문 지면에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전면으로 다룬 기사를 싣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추모식에 참석했다는 기사와 관련 사진으로만 현장의 모습을 전했고, 중앙일보는 세월호 참사 관련 사설 하나를 실었다.
조선·중앙일보는 1면에 한미일 정보공유 소식을 전했다. 조선일보 1면 기사<韓美日 정보공유 ‘스리 아이스’급으로 강화>는 “한미가 오는 26일 미국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때 ‘정보 동맹’ 수준의 사이버 안보 협력 확대를 골자로 한 문서를 채택하고, 향후 일본을 정보 공유 확대 대상국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16일 알려졌다”며 “한미 양국은 정보 공유 범위를 ‘포괄적인 정보’로 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감청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오히려 ‘정보 동맹’ 수준의 정보 공유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1면 기사 <정보유출 비 온 뒤 정보동맹 더 굳나>에서 “미국 정보 당국의 기밀문건 유출이란 ‘돌발 악재’가 터진 후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정상회담에 대한 국내 여론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그러면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안보(북핵 억제 등), 경제안보, 사회문화 등 3대 핵심 의제 외에 포괄적인 사이버 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별도의 문서를 채택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며 “지금이라도 이번 워싱턴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기밀문건 유출 사태는 정공법으로 대처하고, 정상회담은 정상회담대로 성과 도출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정치의 실종…대통령실-與-野 ‘동반 추락’>을 실었다. 기사는 “국정 운영의 3대 축인 대통령실과 여당, 제1야당이 동시에 총체적 난국에 빠져드는 기현상 속에서 민생을 위한 정치력이 실종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5개월 만에 다시 20%대로 급락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지도부의 연이은 설화에 이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내홍에, 더불어민주당은 ‘돈봉투 의혹’ 수렁에 각각 빠져들었다”고 했다.
한겨레 “대통령실에 측근…단독행보 확대…커지는 김건희 존재감”
대통령실이 지난 14일 공석이던 의전비서관에 김승희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승진 임명했다. 김 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대학원 동문이다.
한겨레 5면 기사 <대통령실에 측근…단독행보 확대…커지는 김건희 존재감>에서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윤 대통령이 취임 1돌(5월10일)을 앞두고 실무진 개편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며 “이런 가운데 김 여사는 최근 단독 행보를 크게 늘렸다. 김 여사는 지난 11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명예회장 추대식과 나눔실천 기부자 간담회→12일 납북자·억류자 가족 면담→13일 전몰·순직 군경 유족(히어로즈패밀리) 면담→14일 배승아양 스쿨존 사고 현장 방문→15일 주한 프랑스대사관 개관식 참석 등 연일 공개 일정을 진행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대통령의 공식 일정과 대외 행사를 관리하는 의전비서관을 대통령 부인과 사적 인연이 있는 인사가 맡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김 비서관은 2009년 김 여사와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함께 수료했다. 김 비서관은 김 여사 추천으로 대통령실에 들어갔고, 제2부속실이 없는 상황에서 김 여사 일정을 주도적으로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비서관 임명으로 의전비서관실이 제2부속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4면 <‘의전비서관에 최측근 경약할 일’이라는 野, 與 “文때 탁현민 뭐냐”>에서 “정치권에서는 노무현·문재인 청와대에서도 최측근 인사들을 의전비서관에 앉혔다가 각종 논란을 야기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이 때문에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비판과 관련,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는가? 전형적인 민주당의 ‘내로남불’’이라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