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걸린 정당 현수막에 목이 ‘턱’… 성악 배우는 여대생 부상

성인 목 높이 정도로 낮게 설치된 정당 현수막/ 인천 연수구
인천의 한 여대생이 낮게 걸린 정당 현수막 줄에 목이 걸려 사고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작년 연말 정당 현수막을 자유롭게 설치 가능하도록 한 내용의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며 이런 안전사고가 늘자, 지자체에선 현수막 난립 방지를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인천시 연수구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9시쯤 연수구 송도5동 행정복지센터 사거리 앞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20대 여대생 A씨가 정당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넘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현수막 끈은 성인 목 높이 정도로 낮게 설치돼 있었다. 당시 야간이어서 A씨는 끈을 미처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고로 성악을 배우는 A씨는 목 부분에 찰과상을 입었다고 한다. 해당 현수막은 이후 철거됐다.

최근 정당 명의의 현수막이 도심 곳곳에 우후죽순 내걸리면서 이같은 보행자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지자체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현수막은 지자체의 별도 허가나 신고 없이 15일간 게시할 수 있게 됐다.

연수구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안전 사고 우려 등으로 현수막을 설치하는 업체에 지상에서 3m 이상으로 높게 설치해달라고 일일이 부탁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성인 목 높이에 설치된 정당 현수막 /인천 연수구
지자체는 정치권의 무분별한 현수막 설치를 자제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인천 군수·구청장협의회는 정당 현수막의 규격·수량·위치 등 세부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거리 현수막으로 인한 운전자 피해와 등하굣길 학생 사고 사례가 많은 상황”이라며 “도시 미관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개정 옥외광고물법령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도 지난 15일 정기회의에서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에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기준을 신설토록 요청하는 내용을 논의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3/02/20/VRIVMZM535FVTNVTU7OP3PN7F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