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무관한 사진. 연합뉴스
‘태움’으로 불리는 의료계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아 후배 간호사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선배 간호사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 제9 형사 단독 재판부는 10일 폭행과 모욕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A씨가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피해 보상을 위해 법원에 공탁한 점을 고려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A씨 측은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경멸적 표현과 멱살을 잡는 행위 등 폭행 정도는 경미하지 않고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결국 사망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행위가 지도 목적이었는지도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의료계에서 자행돼왔던 속칭 ‘태움’이라고 하는 악·폐습에 대한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고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2021년 11월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신입 간호사 B씨가 병원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B씨의 남자친구와 친한 동료는 B씨가 생전 ‘태움’을 호소했다고 증언했고, B씨의 유족들은 ‘태움’ 가해자로 지목된 A씨 등 선배 간호사 2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병원 측도 경찰에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병원 내 3개월 치 CCTV 녹화분과 숨진 B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조사하고 B씨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 간호사 등 수십 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진술을 들었다.
그 결과 A씨는 B씨와 함께 근무할 당시 멱살을 잡거나 여러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비난 섞인 말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와 함께 고소된 다른 선배 간호사는 경찰 수사에서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을지대병원은 간호사 채용 과정에서 ‘1년 동안 퇴사할 수 없고 다른 병원으로 이직할 수 없다’는 특약 조항을 넣어 놓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을지대병원 측은 이후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간호사 간 서면 인수인계 활성화, 병동 순회 당직제 등 개선안을 내놨다. 논란이 된 1년 동안 퇴사 불가 특약 조항도 삭제했다.
송태화 기자(alvin@kmib.co.kr)
후배 간호사 극단 선택 내몬 ‘태움’에 실형…징역6개월-국민일보 (kmib.co.kr)